메뉴닫기
로그인 회원가입
  • 홈
  • 학회소식
  • 보도기사 모음

보도기사 모음

[아시아경제; 산업의 맥] [산업의 맥]모빌리티 G3, 이제 실증이라는 안전지대에서 나와야_하성용 학회장
이름
한국자동차안전학회
날짜
2026.10.15 03:10
조회수
12

[산업의 맥] 모빌리티 G3, 이제 실증이라는 안전지대에서 나와야

 

기술 개발보다 상용화 규모가 더 중요
규제 완화 넘어 '글로벌 표준' 만들어야
완성차·AI 대기업·스타트업 연대 필수



세계 유수의 국가들이 보기에,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잘 만드는 나라다. 배터리·반도체·통신과 함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분야다. 이 지위는 미래 모빌리티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필자는 이와 관련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우리에게 기술이 있느냐'가 아니라, '기술을 얼마나 빨리 시장에 내놓고 운행 데이터를 축적하며 안전성을 입증, 세계가 따르는 규칙으로 만들 수 있느냐'라고 본다. 미래 모빌리티에서 요구되는 진짜 경쟁력은 여기에서 비롯될 것이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경쟁방식은 바뀌고 있다. 전기차·자율주행·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도심항공교통(UAM)은 더 이상 각각의 기술로 머물지 않는다.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에너지, 데이터, 도시 인프라가 결합된 하나의 거대한 '피지컬 AI 산업'으로 수렴한다.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은 AI·컴퓨팅·플랫폼을 앞세우고 중국은 압도적인 제조 규모와 공급망, 도시 단위 실증으로 세계 시장에서 싸우고 있다. 유럽은 안전·인증·국제표준에서 시장의 규칙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디에 와 있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선 우리 정부의 규제 개선 노력부터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27년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L3 무규제, L4 선허용-후관리'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실증도시와 AI 학습환경을 구축하고 영상데이터 활용과 임시운행허가 등에 관한 규제도 손보고 있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규제를 푸는 것만으로 산업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상용화의 규모'다.

선진국들의 자율주행 정책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기존 연방자동차안전기준에 맞지 않는 혁신적 자율주행차도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을 입증하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면제 절차를 신속화했다. 핵심은 새로운 기술에 맞지 않는 규제는 바꾸되, 안전책임은 명확히 하는 것이다. 중국의 전략은 더 공격적이다. L3·L4 제품 준입과 도로 운행을 연결하고 대규모 실증을 추진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L3 차량의 조건부 준입을 허용했다. 올해는 L3·L4에 적용되는 강제 국가안전표준까지 제정했다. 미국과 중국은 실증을 정책의 종착지로 여기지 않는 데서 공통분모를 보인다. 실증은 시장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자율주행모빌리티산업전'에 자율주행셔틀이 전시돼 있다. 2026.8.25 강진형 기자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자율주행모빌리티산업전'에 자율주행셔틀이 전시돼 있다. 2026.8.25 강진형 기자

반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차량이 몇 ㎞를 주행했는지를 실증의 성과로 평가해 왔다. 이젠 변화가 필요하다. 핵심성과지표(KPI)부터 바꿔야 한다. 앞으로는 몇 명이 매일 유료서비스를 이용하는가, 무개입 운행률은 얼마인가, 사고와 Near-miss는 얼마나 줄었는가, AI가 얼마나 빨리 재학습되는가, 운행가능영역(ODD)이 얼마나 확대됐는가를 물어야 한다. 산업의 스케일도 문제다. 자율주행은 몇몇 스타트업의 기술력만으로는 세계와 경쟁하기 어려운 산업이다. 차량이 늘어야 데이터가 쌓이고, 데이터가 쌓여야 AI가 학습하며, 학습한 AI를 다시 차량에 업데이트해야 안전성과 서비스 경쟁력이 올라간다.

우리 유능한 스타트업들이 고군분투하는 동안 완성차·통신·플랫폼·반도체·보험·물류기업이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들어와야 한다. 정부도 연구개발(R&D) 지원금을 나누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규제혁신의 목표도 바뀌어야 한다. 특히 기업이 새로운 AI 모델을 개발했을 때 얼마나 빨리 검증하고 승인받아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학습형 AI와 SDV 시대에는 자동차가 출고되는 순간 개발이 끝나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OTA를 통해 계속 바뀐다. 따라서 규제도 '출고 전 한 번의 인증'에서 '개발-검증-승인-운행-업데이트-재검증'의 전 생애주기 안전관리체계로 전환돼야 한다.

국가 차원의 '안전 보증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 차량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만으로 기술주권을 확보했다고 할 수 없다. 차량 OS와 미들웨어, AI 모델, 학습데이터, 클라우드, OTA, 사이버보안, 안전검증과 변경승인의 핵심 통제권을 누가 가졌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복잡한 도로·보행자·이륜차 환경을 반영한 시나리오 뱅크, 대규모 시뮬레이션 클라우드, 실도로 데이터와 운행 중 모니터링을 하나로 연결해야 한다.

기업들도 노력해야 할 지점이 명확하다. 같은 검증 인프라에 중복투자할 것이 아니라 공통 검증자산을 구축하고, 알고리즘과 서비스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서 얻은 시험법과 데이터를 국가는 유엔(UN)·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표준으로 가져가야 한다.

미래 모빌리티 'G3'는 자동차 생산량 순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대규모 상용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규모, AI·SW·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주권, 세계가 인정하는 안전성 입증체계다. 이들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정부는 '상용화와 산업화를 만드는 정책'으로 한 단계 나아가야 하고, 기업도 정부의 규제 개선을 기다리기보다 완성차와 플랫폼·통신·반도체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함께 대규모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하성용 중부대 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 교수(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